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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는 글도 쓴다/나는 책도 본다 (21)
글쟁이, 코딩한다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주노 디아스 /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 멀리 떨어진 도미니카 사람의 자기 이야기가 왜 이리 재미있는지.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가난한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고, 새 가정을 차린 아버지와 병으로 죽은 망나니 형이 있고,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매번 애인을 잃으면서 또 그때매 괴로워하는 이 사람을. 나는 대단히 나를 중심으로 산다. 내 이야기가 재미있고 내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나와 비슷한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한다. 이 이야기들 속 화자, 유니오르는 나와 너무나도 멀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빠졌다. 재밌으니까. 이 마술을 알아차리면 나는 좋은 소설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대성당은 내게 또 다른 전기다. 스물셋, 그럭저럭 군대를 나와서 글쓰기, 책읽기를 해왔다는 이유로 문창과를 다니던 때였다. 졸업을 하려면 소설쓰기 전공을 들어야 했다. 다만 그 이전에 들었던 소설 쓰기 수업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나는 그럴 바에 차라리 짧은 시가 더 좋겠다 싶었다. 어쩌면 무엇도 내 알바 아니다, 글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같이 술을 먹던 동기가 소설쓰기를 꼭 들으라고 추천했다. 새로 온 교수님이라며. 국내 소설을 잘 모르는 나도 이름을 알 만큼 유명한 작가기도 했고 추천도 있고 전공도 채워야하니 수강을 변경해 일단 들어갔다. 교수님은 우리-나와 마찬가지로 늦게 들어간 내 친구-를 보자마자 "나가"..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민음사 나를 소설과 살게 만든 마지막 책, 백년의 고독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전에도 나는 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듯한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상상 속 세계를 마주하기도 했고, 조금 더 강렬하게는 여행을 가고 새로운 땅을 맛보기도 했다. 딱히 강렬한 충격으로 오지 않기도 했으나 어느 때는 깜짝 놀랄 만한 충격과 함께 넓어지기도 했다. 저 책에서 아직도 놀라운 부분이 있다. 초반부다. 어떤 시장에 상인이 오고 그는 무언가 약을 먹고 녹아 없어진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초록 액체만 남아 있다. 떠들썩한 시장 분위기 안에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자연스레 지나친다. 마르케스의 글을 두고 '마..
호밀밭의 파수꾼 J. D. 샐린저 / 민음사 나는 소설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물론 마음먹기 전부터 시작해서, 책과 가까이 지내왔다. (그렇다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하기 어렵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을 꼽으라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고를 수밖에 없다. 많지는 않지만, 더 좋은 소설, 더 아름다운 소설, 더 의미 깊은 소설들은 여럿 만났다. 다만 아직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던 나와 그 순간들, 잊지 못할 소설 속 장면들은 여전히 내 가장 깊은 곳에 머무른다. 이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기본 단위의 기억이다. 나는 열여섯이었다. 고등학교를 대안학교(간디)로 갈지말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날은 주말이었고 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바깥은 가을이었..
임꺽정 홍명희 / 사계절 이제 인생책 이야기는 소설로 접어든다. 그 처음은 임꺽정이다. 가장 먼저 읽는 재미를 알려준 책들은 동화였지만, 소설의 처음은 임꺽정이다. 이건 변할 일 없다. 처음은 그래서 중요한 거다. 변하지 않으니. 책 내용은 세밀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책을 읽던 그 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집에 있는 임꺽정 책은 아주 낡았다. 종이는 노랬다. 가운데 몇 장은 빠져있어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책에서는 냄새가 났다. 쿰쿰한 냄새. 책을 털면 먼지가 툭툭 떨어졌다. 누워 책을 읽으면 자꾸만 얼굴 위로 무언가 쏟아지는 듯했다. 한 권 한 권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두음법칙은 잘 적용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책을 잡고 나면, 내리 한 권씩 읽어냈다. 글을 읽으면 모든 모습이..
고우영 삼국지 고우영 / 문학동네 요즘은 다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니 좀 나을지 모르지만 나 어릴 때는 만화를 읽으면 혼났다. 와, 이런 말하니 진짜 나이가 든 것 같아서 서글픈데, 아무튼 혼은 났다. 혼이 안 나면 눈치라도 받았다. 하다못해 "거, 그런 거 뭣하러 보나" 하는 말은 들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대놓고 봐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것이 이 고우영 삼국지다. 나는 묘하게 삼국지를 만화로만 봤다. 만화로만 봤는데 종류로는 세가지다. 이문열/이희재 삼국지와 일본만화 창천항로로 봤다. 그 60권짜리 삼국지 역시 중간중간 봤다. 다들 다르기는 해도 진짜 최고는 고우영 삼국지다. 유비는 그저 귀 큰 쪼다이고 제갈량과 관우가 대단한 라이벌이라니.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이는 아니어도 찔끔찔끔 ..
슬램덩크 이노우에 타케히코 / 대원씨아이 만화책을 빼고 인생책을 논할 수는 없다. 나는 정말 많은 만화책을 보면서 컸다. 어릴 적에는 중국 고전-삼국지, 십팔사략, 수호지-과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로 익혔다. 중고등학교때는 일본소년만화를 봤다. 드래곤볼부터 시작해 원나블, 헌터헌터, 아이실드, 강철의연금술사, 20세기소년 등등 재미있는 만화는 수없이 많았다. 더 있을 테다. 내가 다 못 본 것일뿐. 처음에는 일본소년만화에서 정말 많은 가치를 가져왔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창 자랄 때 이것들을 봐 온 만큼, 분명 나는 이 만화들의 문법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어왔다. 이들의 정의-우정과 도전, 포기하지 않는 마음 등등-를 몸에 익혔고,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 재미 기준은 이런 만화들에 있다. 나쁠 ..
옛이야기 보따리 서정오 / 보리 나는 옛 이야기를 좋아했다. 동생처럼 매일 끼고 살며 너덜너덜하게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옛 이야기는 다 봤다. 콩쥐팥쥐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유명한 이야기도, 봉이 김선달 류의 해학 시리즈도, 자청비와 오늘이 같은 신화도 많이 봤다. 그중에도 가장 좋아한 이야기는 아기장수 우투리다. 우투리는 슬픔은 결국 발을 못 붙이는 이야기들이 가운데 몇 안되는 슬픈 이야기다. 처음에는 싫었다. 이왕이면 이야기 속에서 세상이 바뀌었으면 했다. 점지받은 영웅이 왕이 되기를 바랐다. 단순히 어렸을 때는 우투리가 주인공이기에 그랬다. 이제는 우투리의 슬픔을 생각한다. 우리들 주변에서 수없이 꿈틀대지만 큰 힘과 시기, 미움에 눌려 일어나지 못하는 영웅들을 떠올린다. 언젠가 우투리..
야생의 사고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안정남 옮김 / 한길사 틀린 것은 없고, 더 나은 것도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조 인류학자다. 그는 문명인의 사고와 다른 미개인(이라는 표현을 쓴다)들만이 하는 미개의 사고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이 그리 길지 않은 책에서 모조리 해체한다. 책에 따르면 그들의 사고는 그저 사건의 구체성에 중심을 둔 신화적 사고다. 구체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다. 브뤼꼴라주(손재주꾼)이라는 말이 이를 대표한다. 손에 쥐여진 것으로 뚝딱뚝딱 도구를 만들어 문제를 풀기 위한 접근들. 이론을 세우고 큰 단위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흔히 지닌 과학적 사고와 이들의 신화적 사고 사이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각자의 생태에 맞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 천년의 상상 나는 시를 잘 모르나 좋아하는 시는 있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온전히 말의 모든 쓰임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우리말로 쓰인 시를 좋아한다. 시를 찾아 읽을 줄 몰라 다들 알고 좋다 하는 시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이 세 명의 시인들과 그들이 엮어낸 말들을 따로 말할 바가 없기에 그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모아 적어둔다. 마지막 시인은 김수영이다. 김수영이라는 시인에게 따라붙는 단어로는 자유도 있고 설움도 있다. 내게 김수영은 무엇보다 솔직함이다. 또 부끄러움이다. 세 시인의 시를 따라 적다보니 윤동주, 백석, 김수영을 관통한 부끄러움이 아른거린다. 잠시 대단한 발견인가 싶다가도 어찌 아니겠나 한다. 사람이 무언가에라도 부끄러움을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