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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희 임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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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나는 글도 쓴다/나는 책도 본다 (21)
글쟁이, 코딩한다
정본 백석 시집 백석 / 문학동네 나는 시를 잘 모르나 좋아하는 시는 있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온전히 말의 모든 쓰임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우리말로 쓰인 시를 좋아한다. 시를 찾아 읽을 줄 몰라 다들 알고 좋다 하는 시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이 세 명의 시인들과 그들이 엮어낸 말들을 따로 말할 바가 없기에 그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모아 적어둔다. 백석의 시에는 말이 그득하다. 말이 그득한데 말이 많다고 허울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람도 표현도 장면도 감정도 가득 차 있다. 가득 차 있기에 그것은 더 슬프면서도 쓸쓸하게 다가오고 잊을 수 없는 모습으로 남는다. 나는 지금 쓸쓸함보다는 가득함이 필요하기에 시에서라도 이를 느끼고자 여우난골족을 적어본다. 원래 가장 좋아하는..
나는 시를 잘 모르나 좋아하는 시는 있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온전히 말의 모든 쓰임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우리말로 쓰인 시를 좋아한다. 시를 찾아 읽을 줄 몰라 다들 알고 좋다 하는 시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이 세 명의 시인들과 그들이 엮어낸 말들을 따로 말할 바가 없기에 그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모아 적어둔다. 윤동주의 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라마다 국민 시인을 가지고 있다지만, 나는 우리나라 국민 시인이 윤동주라 참 좋다. 외로움과 슬픔, 부끄러움에도 살아가자고 말하던 시를 쓴 시인이 우리 국민 시인이라 좋다. 그가 쓴 단어들은 모두 그 의미를 가장 잘 발하는 듯해서 좋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소와나무 쉽게 쓰여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
전태일 평전 조영래 / 돌베개 후보로 뽑아둔 책들 가운데서 이 책을 꺼낼지 나는 고민했다. 뽑고자 했던 마음 전태일이라는 이름은 고등학생이던 내게 어떤 상징이었다. 13년전, 내가 막 고등학생이 된 당시에는 여전히 노동, 권리, 희생이라는 단어들이 분명 높은 지위를 차지했다. 글쓴이인 조영래 변호사도 평화시장도 멀지 않은 이름이었다.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간 나는 그 사람을 그려봤다. 온몸에 불을 붙이고 소리내어 인간다움을 외치는 얼굴이 넓적한 남자를. 망설이게 했던 마음 나는 전태일을 오래도록 잊었다. 얼마 전, 청계천을 걸을 일이 있었다. 거리에 아무도 없는 밤이었다. 독일에서 거의 2년 만에 들어와 자가 격리까지 마친 친구와 함께였다. 멀리서 악기 제작을 배우는 친구는 내일 떠나고, 마스크가 푹 젖을..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 녹색평론사 우리나라 최고의 동화작가를 뽑아야 한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방정생, 이원수, 최근의 황선미 작가 등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권정생 선생님이다. 동화에서 에세이로 이어지는 인생책 가운데 벌써 두 번째 그의 책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마 이런 이야기조차도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것이 그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하느님’에는 좋은 구절이 참 많다. 물그릇과 올림픽과 경쟁하는 우리의 이야기, 전쟁과 폭력의 무서움 같은 이야기에는 마음이 시리다. 처음 회를 먹어본 이야기는 한편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평생 병과 함께 하면서도, 수많은 병든 마음을 가진 어른들과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나는 그저 그의 글에..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장일순 / 녹색평론사 말이 아닌 삶이 되기까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지난 세기의 정신적인 지도자들 가운데 한 분으로 흔히 한살림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한, 살림. 하나, 살림. 하늘, 살림. 큰, 살림. 한살림이라는 이름을 펼쳐두니 다양한 의미가 있다. 무엇과 만나든 살림이라는 말은 참 중요하겠다. 글, 강연, 대담을 묶은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무언가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수많은 사람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그는 방축 길을 걸으며 벌레와 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내세우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함께 생명을 꾸려나가는 길을 이야기한다. 걷고 생각하고 말하고 나누고 꿈꾸는 것의 중요함. 세상 좋은 것들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행동으로 옮기어 삶에 들여놓기는 무척..
고양이 학교 1부 / 김진경 글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어린이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 / 토베 얀손 글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소년한길 어릴 적 나는 판타지 속에 살았다. 어떤 아이들이 이런 멋진 동화들을 읽고 안 그럴 수 있겠느냐만. 나는 심술궂은 문제들을 헤쳐나가 때로는 세상을 구하는 일이 하고 싶었다. 책 속 인물들처럼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자 했다. 모험과 도전이 그득하기를 꿈꿨다. 사랑과 우정과 기쁨과 선함으로 삶을 채우길 바랬다. 이 때 가진 바람들은 아직도 나를 지탱한다. 이런 삶을 온전히 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 바람들이 우습다고, 현실을 모르는 아이의 철없는 바람이라고 치부하지는 않는다. 그만으로도 나는 아직 이 세계들에 빚을 지고 있다. 자매품 : 끝없는이야기, 잔디밭 숲속의 ..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강아지는 똥을 눈다. 똥은 살아난다. 똥은 씨앗을 품었고 꽃이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강아지똥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스스로를 의심하고는 한다. 나는 왜? 대체 왜?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다. 그러나, 어쩌면 이 짧은 그림책 속 이야기가 내게는 그 커다란 질문의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처음 읽은 아주 어리던 그 때에도, 나이 먹고 다시 비를 맞는 지금도. 강아지똥이 민들레 홀씨를 꼭 껴안는 장면은 마음속에 싹을 틔운다. 언젠가 싹은 자라고 세상은 그 기운에 물들어 갈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미워하기에는, 너무 벅찬 책이다.
옛 블로그 끌어오기 1탄 책 리뷰 이야기(4) 1 올해 7월, 일본이 31년 만에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고 상업 목적의 고래사냥을 재개했습니다. 이어서 일본 포경선이 남극해의 고래를 잡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상 속에서는 작살이 날아가 고래 배를 뚫고 눈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나는 연결된 다른 영상도 틀어서 봤습니다. 일본 어느 마을의 바다가 고래들 피로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고래의 그 커다란 몸에서 피가 흐르고, 축 늘어진 몸뚱이는 포경선 위로 끌어올려졌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매번 죽음을 불러오는구나, 안타깝네. 나는 잠시 이렇게 생각하고 본 것들을 잊어 넘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소설이 떠올라 내 앞을 가로막더군요. 늑대의 울음소리와 같이. 전성태 작가의 단편집 『늑대』에..
옛 블로그 끌어오기 1탄 책 리뷰 이야기(3) 2019년말 작성 사랑하고자 하는 시도 항구의 사랑 / 김세희 / 2019년 6월 / 민음사 그 시절, 그들의 사랑 사랑은 사람을 한없이 연약하게도, 한없이 강인하게도 만듭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엇보다도 더 강력하게 현실을 인식시키기도 합니다. 김세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은 사랑하고자 하는 첫 시도를 말합니다. 항구 도시 목포에서, 팬픽 이반이라 칭해지기도 한 세대의 소녀는 다른 소녀를 사랑합니다. 빠른년생으로 몸집도 작고 발육도 느린 준희는 나름 학교에 적응하고자 하지만 사람과 삶을 이해하는 일에 있어 어려움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때 준희의 친구가 되어준 인희는 달라진 모습으로 이반 무리의 유명인사..
옛 블로그 끌어오기 1탄 책 리뷰 이야기(2) 2018년말 작성.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니콜라이 고골 『빼쩨르부르그 이야기』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도스토예프스끼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문학의 나라다. 푸시킨부터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끼, 투르게네프와 체호프까지. 고골의 작품뿐 아니라,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들은 특히 이해하기 쉽지 않은 광기와 욕망에 휩싸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에 등장하는 관리가 대표하는 희극성과 집착 역시 고골의 소설 속에 그대로 등장한다. 반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 등 톨스토이 소설에 나타나는 삶에 대한 시선은 이에 반하여 성실성과 사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