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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코딩한다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주노 디아스 /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 멀리 떨어진 도미니카 사람의 자기 이야기가 왜 이리 재미있는지.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가난한 도미니카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고, 새 가정을 차린 아버지와 병으로 죽은 망나니 형이 있고,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매번 애인을 잃으면서 또 그때매 괴로워하는 이 사람을. 나는 대단히 나를 중심으로 산다. 내 이야기가 재미있고 내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나와 비슷한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한다. 이 이야기들 속 화자, 유니오르는 나와 너무나도 멀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빠졌다. 재밌으니까. 이 마술을 알아차리면 나는 좋은 소설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대성당은 내게 또 다른 전기다. 스물셋, 그럭저럭 군대를 나와서 글쓰기, 책읽기를 해왔다는 이유로 문창과를 다니던 때였다. 졸업을 하려면 소설쓰기 전공을 들어야 했다. 다만 그 이전에 들었던 소설 쓰기 수업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나는 그럴 바에 차라리 짧은 시가 더 좋겠다 싶었다. 어쩌면 무엇도 내 알바 아니다, 글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같이 술을 먹던 동기가 소설쓰기를 꼭 들으라고 추천했다. 새로 온 교수님이라며. 국내 소설을 잘 모르는 나도 이름을 알 만큼 유명한 작가기도 했고 추천도 있고 전공도 채워야하니 수강을 변경해 일단 들어갔다. 교수님은 우리-나와 마찬가지로 늦게 들어간 내 친구-를 보자마자 "나가"..
0. 이상형 월드컵 기반 영화 추천 프로젝트 '무비판'은 멋쟁이사자처럼 K 디지털 AI 인재양성과정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주제 선정부터 데이터 확보, 전처리, ML/DL 기반 추천 시스템 개발과 웹 구현까지 긴 호흡으로 이어졌다. 내가 겪어온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해본다. 1. 우선, 추천. 나는 영화를 많이 본다. 주로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쓴다. 운동하거나 이동할 때는 음악을 듣는다. 이럴 때는 얼마전 한국 시장에 들어온 스포티파이에서 음원을 듣는다. 남는 시간에는 유튜브를 본다. 보통 '맞춤 동영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웹툰도 본다. 네이버,다음웹툰을 주로 간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아마존, 네이버 쇼핑과 웹툰... 공통점이 있다. 추천이다. 상품 구매와 콘텐츠 등 대..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민음사 나를 소설과 살게 만든 마지막 책, 백년의 고독이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전에도 나는 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듯한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상상 속 세계를 마주하기도 했고, 조금 더 강렬하게는 여행을 가고 새로운 땅을 맛보기도 했다. 딱히 강렬한 충격으로 오지 않기도 했으나 어느 때는 깜짝 놀랄 만한 충격과 함께 넓어지기도 했다. 저 책에서 아직도 놀라운 부분이 있다. 초반부다. 어떤 시장에 상인이 오고 그는 무언가 약을 먹고 녹아 없어진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초록 액체만 남아 있다. 떠들썩한 시장 분위기 안에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자연스레 지나친다. 마르케스의 글을 두고 '마..
0.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로 멋쟁이사자처럼 k 디지털 AI 인재양성과정을 들었다. 지원&합격, 커리큘럼을 지나 (이전 포스팅 참고) 소감을 포함한 진짜 후기를 남긴다. 1. 그래서 들을만 하냐고? 추천해? 가장 하고 싶은 물음일까? 곧바로 대답하는 편이 좋겠다. 음, 추천한다. 2. 어땠어? 내가 편한 대로 줄글로 후기를 풀어보겠다. 나는 막연히 "갈수록 데이터가 중요해지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를 효율적으로 다룰 코딩 기술을 익히고자 했다. IT 기자로 일하며 데이터를 얼마나 손에 쥐는가가 기업을 넘어 국가의 힘까지 결정하겠구나 느꼈다. 따라서 이대로 뒤에 머물러봤자 점점 좁아지는 문을 빠져나올 방법이 아예 없을 거라고 느꼈다. 다행히 들어와서 수업을 듣다 보니 막연함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어 ..
호밀밭의 파수꾼 J. D. 샐린저 / 민음사 나는 소설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물론 마음먹기 전부터 시작해서, 책과 가까이 지내왔다. (그렇다고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하기 어렵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을 꼽으라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고를 수밖에 없다. 많지는 않지만, 더 좋은 소설, 더 아름다운 소설, 더 의미 깊은 소설들은 여럿 만났다. 다만 아직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던 나와 그 순간들, 잊지 못할 소설 속 장면들은 여전히 내 가장 깊은 곳에 머무른다. 이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기본 단위의 기억이다. 나는 열여섯이었다. 고등학교를 대안학교(간디)로 갈지말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날은 주말이었고 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바깥은 가을이었..
0.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이던 나는 놀랍게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멋쟁이사자처럼 K 디지털 트레이닝 AI 인재 양성 과정을 듣게 됐다. 지원&합격 과정 marune3.tistory.com/82 비전공자 멋쟁이사자처럼 K 디지털 AI 과정 후기 (1) 신청부터 합격까지 0. 12월 초 시작해 2월말까지. 나는 멋쟁이사자처럼 k digital AI 인재 양성과정을 수강했다. 시작 전에 우선 당시 내 상황을 말해야겠다. 나는 코딩을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C언어가 왜 언어 marune3.tistory.com 이제 수업을 들을 일이 남았다. 당시 나는 수업을 듣기 전 겁에 잔뜩 질려버렸다. 1. 커리큘럼 덜컥 등록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는 점이 실감 났다. 내가 그간 관심을..
임꺽정 홍명희 / 사계절 이제 인생책 이야기는 소설로 접어든다. 그 처음은 임꺽정이다. 가장 먼저 읽는 재미를 알려준 책들은 동화였지만, 소설의 처음은 임꺽정이다. 이건 변할 일 없다. 처음은 그래서 중요한 거다. 변하지 않으니. 책 내용은 세밀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책을 읽던 그 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집에 있는 임꺽정 책은 아주 낡았다. 종이는 노랬다. 가운데 몇 장은 빠져있어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했다. 책에서는 냄새가 났다. 쿰쿰한 냄새. 책을 털면 먼지가 툭툭 떨어졌다. 누워 책을 읽으면 자꾸만 얼굴 위로 무언가 쏟아지는 듯했다. 한 권 한 권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두음법칙은 잘 적용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책을 잡고 나면, 내리 한 권씩 읽어냈다. 글을 읽으면 모든 모습이..
0. 12월 초 시작해 2월말까지. 나는 멋쟁이사자처럼 k digital AI 인재 양성과정을 수강했다. 시작 전에 우선 당시 내 상황을 말해야겠다. 나는 코딩을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C언어가 왜 언어인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C가 컴퓨터의 C겠지? 이 정도가 전부다. C와 JAVA 정도야 스쳐 들었다만, 수업에 들어가고 나서야 파이썬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IT 기반 지식은 아주 찔끔 있었다. 나는 문창과를 나왔다. 학창시절에는 소설 공부만 했다. 학교를 나와 일을 구해야 했고 글쓰는 직업을 찾다보니 작은 신문사 기자가 됐다. 용케 IT 분야를 맡았다. 처음에는 게임에서 시작해 네이버, 카카오로 눈을 돌리며 클라우드, 데이터, AI 등에 관심을 가졌다. 따라서 우리 주변 삶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
1. 푸념1 푸념은 기운이 빠지니 안 쓰는 것이 좋다지만, 나는 늘 쓰면서 살았기에 푸념을 또 글로 옮길 수밖에 없다. 어느새 서른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 글을 썼지만 또 놀았고, 나름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으나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내게 남은 것이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갖고자 하는 돈, 경력, 실력, 다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마음은 급하지만 몸은 그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지 싶다. 국비지원프로그램서 만난 프로젝트 팀원들이 나보다 많이 어리고 똑똑해서 하는 이야기다. 흰머리가 많이 나서 혼자 쭈그려 앉아 염색을 하다보니 든 생각이다. AI 인재양성 코스를 들으며 동기부여를 해볼까 싶어 개발자 유튜브, 블로그들을 돌다가 "나는 코딩이 너무 재밌다", "나는 툭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