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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소름! : 박태훈 왓차 대표 인터뷰 (재구성)

Algori 2021. 1. 25. 22:51

옛 블로그 끌어오기 2탄 기사 이야기(5)

 재미있게 썼던 기사. 이 기사도 따로 발행하지 않고, 개인 포트폴리오 용으로 작업했다.

 2019년 취재기자 교육과정에서 강사님이 인터뷰하며 기록한 녹취를 제공받아 이를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별점, 소름!

나보다 내 취향을 잘 아는 사람… 박태훈 “왓챠” 대표

 

“취향 분석 중….”

 

  왓챠 플레이 앱이 켜지는 동안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회원님의 취향에 맞춘 추천작 5편”, “회원님이 선호하시는 태그여서 관련 작품들을 모아봤어요:)”, #완성도 #감독;제정신이 아니거나 천재거나! #OST …. 각각의 카테고리 아래 네다섯 편의 선택지가 있다. 처음 보는 제목의 영화를 클릭한다. 예상 4.6, 평균 4.2. 사용자 평도 친구 평도 좋다. 믿을 만하다. 5분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자리를 잡고 영화를 튼다. 아마도, 틀림없는 내 취향의 영화다.

 

"왓챠" 대표 박태훈 [ 사진 출처 = 프로그램스 ]

 

‘개인’을 잘 아는 서비스, 왓챠

 

 박태훈 왓챠 대표에게 “왓챠”의 뜻을 물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볼 만한 영화를 제대로 추천 받았을 때 지를만한 환호성이죠. ‘왓챠!’” 그는 인터넷에서 제공받는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른데 다 같은 것을 제공받잖아요. 좋아할 만한 거 찾아주고, 싫어할 콘텐츠 안 뜨게 해주고요. ‘개인’을 잘 아는 서비스가 필요했어요.”

 왓챠는 영화 추천 서비스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동영상(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앱 '왓챠 플레이'가 2016년 1월 선보였다.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왓챠는 현재(2019년 당시) 5억 개 이상의 별점 평가, 550만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2018년 구글 플레이 매출 3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매출액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박 대표에게 “왓챠”의 본질을 들었다.

“왓챠”와 “왓챠 플레이” 어떤 서비스인가요?

 ‘개인을 이해하자. 개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자’가 왓챠의 방향입니다. 일년에 영화는 사오백편이 나와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찾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과 돈을 아껴주는 거예요. 나아가 내 취향은 무엇인지도.

 왓챠 플레이는 이를 테면 어마어마하게 비디오가 많은 가게에요. 사장님이 손님 취향을 다 아는 가게. 그래서 비디오를 보러 오면 이거 봤어? 재밌었어? 그럼 이거 봐. 하는 거죠. 월에 한 번 결제를 하면 백 편, 이백 편 무제한으로 볼 수 있고요.

취향 분석은 정확한 편인가요?

 유저의 평이 증명하죠. ‘소름 돋게 정확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데이터의 양과 질로 이런 정확도를 뒷받침해요. 네이버보다 별점이 40배 많아요. 외국 컨퍼런스에 나가도 일인당 평균 백 개 이상의 별점이 있다하면 모두 놀랍니다.

 이용자들도 경험을 통해 아는 거예요. 내가 많이 할수록, 정확하게 누를수록 나도 딱 맞는 추천을 받겠구나. 그런 방향으로 유도했고, 질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죠.

 

지금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 역시 개인화가 핵심인 듯합니다.

 맞아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에도 다 개인에 맞는 추천이 반영되어 있어요. 각자가 가진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고 선별하는 것이 핵심인 거죠. 21세기,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는 말이 있어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그것을 어떤 비즈니스로 풀어낼 것인가, 이것이 핵심이죠.

 

동반자 넷플릭스

 

 넷플릭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구독 OTT 서비스 시장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태훈 대표는 왓챠플레이가 확실히 뛰어난 부분이 있다고 단언했다. “사람들의 취향은 확실히 넷플릭스보다 잘 압니다. 예상 별점 정확도가 36% 더 높아요. 추천의 선택지와 방향도 더 많고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매긴 별점을 본다거나 남들과 취향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할 수 있죠.”

 하지만 박태훈 대표는 “넷플릭스는 우리와 방향이 같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왓챠 플레이와 넷플릭스. 어떻게 다른가요?

 넷플릭스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온라인 유료 방송국이라 볼 수 있어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죠. 우리는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이고요. 왓챠 플레이에 있는 콘텐츠는 넷플릭스에 거의 없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우리 역시 제공하지 않아요.

 넷플릭스는 왓챠 플레이에게 있어 경쟁자보다는 동반자이다. 2016년 론칭한 왓챠 플레이와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한국 OTT시장을 함께 발전시켰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화제를 불러오면서 파이를 키웠다.

자본력이 생긴다면,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인가요?

 매번 콘텐츠 제작에 5조에서 8조 가량 사용하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는 어렵죠. 다만 괜찮은 콘텐츠를 데이터에 기반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도 자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왓챠가 가진 데이터가 콘텐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는 거죠.

 

신뢰와 호기심. 왓챠와 박태훈.

 

 2년 사이에 직원이 두 배로 늘었다. 왓챠는 고속성장 중이다. 박 대표는 대기업처럼 직원 사이의 관계가 무거워 지는 것을 늘 경계하여 원만한 소통을 유도한다. “저는 회사에서 ‘티박’이라 불려요. 서로를 영어이름으로 부르죠. 대표님, 형, 누나, 님 같은 호칭도 생략해요. 평등한 의견 제시로 더 나은 결과를 향해 같이 나아가죠.” 매주 금요일에는 전체 회의를 통해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회사를 운영하며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똑똑하고 일 잘하는 직원들이 일에만 신경 써서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일을 결재 받지 않고 진행해요. 회사 운영진은 목표와 방향만을 설정하고 개개인이 자기의 판단을 믿고 실행합니다. 모두가 맥락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죠.

 또 하나, 신뢰가 중요해요. 큰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 회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뢰.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길 바라요.

 박태훈 대표 역시 성장한다. 그는 자기 정체성을 “호기심”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마주하면 호기심이 발동해요. 2006년만 해도 머신 러닝을 말하면 다들 러닝머신? 하고 되물었어요. 하지만 꾸준히 공부했죠. 그 결과 여기까지 왔네요.” 그는 다시 축적한 데이터를 공유할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눈을 돌린다.

"왓챠 플레이" 왓챠를 기반으로 한 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왓챠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일본에서 왓챠 플레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제공하는 영화, 드라마, 예능, 도서 분야에 이어 음악, 공연, 웹툰, 게임 산업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데이터 기반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나요?

 지금 왓챠가 활동하는 문화 산업에서는 사람의 감이 많은 것을 결정해요. 기획, 투자, 제작, 유통, 홍보 단계에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선택을 할 때 중요한 걸 놓치지 않도록, 큰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데이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창의성이 필요한 창작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좋은 작품들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의 바탕이 될 겁니다.

 

 

 데이터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만든 글이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질 좋은 데이터'라는 화두는 최근 AI 과정을 수강할수록 더 깊이 파고들어가야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에도 유명했지만, 왓챠는 이제 국내 OTT를 대표하는 얼굴처럼 올라섰다. (웨이브, 시즌, 카카오보다도 더!) 왓챠 기사는 일하면서도 꾸준히 팔로잉해왔다. 끊임없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여전히 머신러닝 하면 머신러닝? 하고 되물을 사람이 많지만, 이제 여기서 출발하는 서비스들은 일상이 됐다. 이처럼 기술을 끝없이 발전시켜오는 이들에게는 리스펙트다. 머신러닝 첫 수업 시간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라는 격언을 들었다. 거인까지는 아니어도 누군가가 나를 바라볼 수도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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