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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뉘, 같이, 음악하다 : 밴드, 한뉘 인터뷰

Algori 2021. 1. 25. 22:18

옛 블로그 끌어오기 2탄 기사 이야기(2)

 재미있게 썼던 기사들. 이 기사는 따로 발행하지 않고, 개인 포트폴리오 용으로 작업했다. 앞의 기사와 형제 기사다.

 

 

 

 

한뉘, 같이, 음악하다

  밴드 ‘한뉘’ 인터뷰

 

“한평생 음악하는” 밴드, 한뉘

 

 “‘한평생 음악하고 싶은 밴드 한뉘입니다.’ 공연을 시작할 때면 늘 가장 하고 싶은 말로 우리를 소개해요. 오래도록, 같이 음악하는 한뉘.”

 

밴드 한뉘. 왼쪽부터 신기원(기타, 보컬), 김성수(드럼)

 

 7년이다. 신기원(보컬, 기타, 이하 기원)과 김성수(드럼, 이하 성수)는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7년을 같이 보냈다. 3년 전, 그들은 밴드 한뉘(HNNU)를 결성했다. 순우리말로 ‘한평생’을 뜻하는 ‘한뉘’를 밴드이름으로 삼았다. “군대에 있던 성수가 마지막 휴가 나와 자기가 구상한 밴드 멤버를 말해주더라고요. 드럼이랑 보컬은 당연히 우리 둘이었고 기타랑 베이스까지 해서. 대학 2학년 때, 처음 밴드 ‘시간은 많으니까’를 같이 했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랬어요. 앞으로도 같이 음악할 거다,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죠.” 기원이 말했다.

 넷이서 시작한 밴드가 둘이 되었고, 셋이 되었다가, 다시 둘만 남았다. 그러나 둘은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같은 곳에서 ‘지금’ 한뉘의 음악을 생각하고, 그들의 ‘미래’를 꿈꾼다. 크게 다툴 일도 없다. 음악이 둘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EP앨범 ‘Lifetime’과 디지털 싱글 ‘Fly Away To Another Dream’. 한뉘는 2016년 7월, 클럽 빵에서 한 첫 공연 이래 8개의 노래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들의 곡에는 진솔한 이야기가 있다. 한뉘가 느낀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감정의 흐름을 노래에 담았다.

-한뉘의 힘은 어디에 있나요?

기원 “결국 노래에요. 뚜렷한 기승전결로 곡을 듣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 노력해요.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시도하고, 사운드를 갈고 닦아서. ‘Love in Paris’는 특히 우리 강점이 잘 드러난 노래에요. 가사와 멜로디, 다이나믹한 구성으로 우리가 느낀 것을 음악에 표현했죠.”

 성수 “‘가끔 네 얼굴을 그려보곤 해’ 멜로디도 좋아요. 영화에 나오면 대박이라니까, 우리 노래.”

 

 ‘공연장의 망령들’ 평생 음악할 기반

 

 정기적인 홍대 클럽 공연을 통해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주는 팬들은 얼굴과 닉네임을 다 기억할 만큼 많지 않다.

-한뉘에게 부족한 점은?

 성수 “아무래도 퍼포먼스가 문제. 두 명이다 보니까 무대를 꽉 채우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어도 현장에서는 시각적인 것도 중요하니까.”

 기원 “연주를 잘 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 가끔은 우리 연주가 창피할 때도 있어요. 매일 노력하지만, 쉽지 않죠.”

 

한뉘는 그들 삶의 중심이다. 클럽 Nest Nada 단독공연 후

 

때로는 공연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일도 어렵다. 얼마 전, 공연을 쉬고 있는 그들에게 팬이 연락하기도 했다. “그만두는 건 아니죠?” 그러나 한뉘는 단호하다. “애초에 한두달 공연 못 하고, 일해서 힘들다고 접을 거면 시작도 안 했지.” 성수가 말했다.

 둘은 얼마 전, 취업을 했다. 벤처중소기업학과를 다니며 프로듀싱을 꾸준히 공부한 기원은 두 달 전, 부천시 전속 음향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기계과를 졸업한 성수는 삼 주 전, 트러스(조명이나 음향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려 무대에 세우는 시설물) 설치 회사에 입사했다. 둘이 우선순위로 삼은 것은 ‘무대 주변에 머무를 수 있는 직업’이었다. 흡사 ‘공연장의 망령들’이다. 그들은 부족한 퍼포먼스와 연주를 무대 장치와 사운드 메이킹으로 매우고자 한다.

-일과 밴드를 동시에 해나가기 힘들지 않나요?

 기원 “일에 치여요. 적응도 해야 하고, 선배들한테 시달리기도 하고. 와서 합주를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때가 생기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이십대 중후반이 앞으로 삶을 설계할 중요한 시간이잖아요. 팀의 리더이자 프런트 맨으로 부담감이 있어요. 각자 삶이 바로 서야 밴드도 할 수 있을텐데, 그게 안 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이.”

 

 일자리는 한뉘의 연장선이자 음악하는 기원과 성수의 일상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당장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들은 합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한뉘를 하는 이유는?

 기원 “얼마 전에 합주를 하다가 갑자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밴드 음악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 나는 역시 이게 제일 좋구나, 생각했죠.”

 성수 “대학 와서 하고 싶은 음악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원하는 일은 해내야 직성이 풀려요. 대신 하기 싫은 거 하고 있으면 죽겠어, 아주.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음악이에요. 한뉘를 하는 일.”

 

음악 하는 내가 제일 멋있어

 

 음악은 곧 성수와 기원의 자아다. 흔한 표현이지만 달리 말할 방법이 없다. 누구나 목표하지만, 누구도 쉽게 이뤄내지 못하는 자아실현의 길이다. 그래서 더욱, 멈출 수 없다.

-음악이 뭐길래?

 성수 “나는 음악하는 내가 제일 멋있어요. 외적으로 말고 하나의 인간으로. 단순히 나답다, 를 넘어서 이게 최고치의 나다, 하고 보여주는 기분이에요. 능력을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나. 남들한테 나를 소개할 때도 가장 먼저, 나 음악해요, 말하죠.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내 모습이거든요.”

 기원 “음악은 내 숨통을 터줘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스트레스도 많아졌죠. 남들의 애환이 눈에 들어오고. 모든 일이 쉽지 않아요. 그래도 음악 할 때는 달라요. 지금 눈앞의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다른 일들을 해나갈 힘을 얻어요.”

한평생 음악하는 밴드 '한뉘' 위부터 기원, 성수

 

 한뉘는 숨을 고르고 있다. 더 길게, 더 단단하게 음악을 해나갈 준비 중이다. EP앨범 발매, 정기적인 클럽 공연, 클럽 Nest Nada에서 한 단독 공연 등 숨 가쁘게 달려온 3년을 뒤로 하고 더 좋은 음원과 사운드에 매진할 계획이다. 라이브 클립과 유튜브 영상, 인스타 라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접촉을 시도하고자 한다. “고등학생 팬이 있어요. 한번은 아주 오랜만에 공연을 하는데 그 팬이 편지와 드림캐처를 들고 오더라고요. 늘 응원한다고. 그 드림캐처 지금도 내 방에 걸려 있어요. 이제는 책임감이 생겼죠. 우리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해 좋은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기원이 말했다.

-앞으로 한뉘의 음악을 들을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성수 “기분 좋을 때보다는, 밤에, 어두운 조명 아래, 혼자, 유유히 들어보세요. 노래의 이야기와 감정을 따라서.”

 기원 “나는 좀 달라요.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밤에, 혼자, 유유히 듣는 것을…. 뭐야, 똑같잖아.”

 

 한뉘의 음악을 만날 링크를 소개한다.

 

한뉘 Love In Paris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9BvaDaRnglM

한뉘 EP. 'lifetime' 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189196

 

lifetime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www.melon.com

한뉘의 '날개' (나는 작사작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www.melon.com/song/detail.htm?songId=31637572

 

날개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www.melon.com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고 한뉘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성수와 기원 외에 베이시스트 준이 새로 들어갔다. 올해는 매월 곡을 하나씩 발행하는 '한월 프로젝트'에 들어갔고, 이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놀라운 친구들이다.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당시 나는 잡지기자 과정이었으므로 이 기사는 그 특성에 맞춰 썼다. 직업과 젊음에 관한 내 시선들은 이때부터 다시 정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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