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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딩도 한다/코딩을 생각한다

코딩 공부의 방향을 고민함

Algori 2020. 12. 10. 21:46

0. 나는 비전공자다.

 

  비전공자라는 말을 앞세우는 것은, 내가 웹과 개발 환경 등에 대해 전적으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일동안 공부를 하며 내가 알아온 것(문학)과 아주 먼 무언가가 웹에서도 활발히 자라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는 그걸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공간을 살짝 들여다본 것만으로 나는 무척 겁에 질렸다.

  어쩜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이인가.

 

1. 조금 해보니 어렵다.

 

  멋쟁이사자처럼 K digital 국비지원과정에 선발돼 과정을 진행한다.

  그 첫 스텝이 파이썬 공부다. 나는 파이썬을 알게 된다면, 무언가 웹 프론트엔드 개발 방법이라던가, 내게 있는 웹 서비스 기획(아이디어)들을 뚝딱(까지는 아니어도 대강)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여겼다.

  허나 아주 잠시 파이썬을 익히는 것(사실 거의 날 것과 다름없는)만으로도 웹에 대한 지식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 나는 html에 대해 처음 생각해봤다. 어디선가 본 말 같기는 한데. 뿐만인가. 오늘은 확장자라는 말도 사전을 찾아보고 처음 그 의미를 이해했다. 이런 거는 너무 기본이라 그런지 설명 찾기도 힘들었다.

  하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개발이란, 웹 서비스의 기획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곱씹는다. 나는 어렴풋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공간으로 웹을, 그 웹에 접근할 수단으로 코딩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흔히 유튜브, 블로그, 웹에서 수없이 많이 봐온 "그냥 유망해 보인다고 도전하지 마세요"는 내가 아닌가? 나는 얼치기였다.

 

2. 그렇다면 도망칠까?

 

  하지만 뭐, 다른 일을 잡아도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어렵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이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왜 겁을 먹었나?다. 우선 익숙한 줄글 타입에서 벗어나보자. 리스트로 쓴다.

 -코딩이 어려운 이유

  1. 컴퓨터로 함

  2. 영어로 함

  3. 숫자로 함

  4. 성공과 실패가 눈앞에 바로 보임 

  5. 다 처음 봄

  6. 도움을 얻으려고 인터넷을 봤는데, 도움을 주려는 글들을 이해 못 함

 

  음

  더 쓰면 속상하다.

  하여튼 이유는 많다.

 

3. 방향이 있어야 한다.

 

  조건들을 써놓고 보니 막연히 공부한다, 는 말로는 답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내 몇가지 조건에 맞춰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다른 말로 공부의 목적성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 조건과, 그에 따라 생각해 볼 것들을 정리한다.

  

 1) 코딩과 거리가 멀다. 

생각해 볼 것 : 너무 속상해하지 말 것. 비교해 풀 죽지 말 것. 모른다고 자책하지 말 것.

다른 한 편으로 : 그렇다고 공부에 손을 놓지는 말 것. 우선,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 

 

 2)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있다.

생각해 볼 것 : IT 기반 콘텐츠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 여태껏 공부해 온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고민할 것. 다양한 콘텐츠 협업 경험(소설 스터디, 영화, 연극 스탭, 유튜브와 기사 작성)이 있음. = 나만의 장점을 찾아낼 것.  

 

 3) 내 사고 방식의 체계.

생각해 볼 것 : 

  #줄글로 생각한다, 바꿔야 함 / #흐름과 뉘앙스가 중요하다, 수정해야 함 / #정답은 다 다르다, (아니, 그건 내 생각인데 왜 이런 거) 고쳐야 함 / #내 생각을 써놓고 나서야 비로소 나도 이해함, 유지해도 될 듯 / #비약하는 습관, 아직 잘 모르겠다 / #개념만 알면 됐지 뭐, 아님 / #귀찮음, 이건 무슨 일을 해도 안 됨

 

4. 빼꼼

 

  사고 방식에 대해 잠시 할 얘기가 있다.

  최근 블로그와 구글링, 짧은 강의들을 통해 바라본 코딩 일에서 나는 '손재주꾼'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손재주꾼(브리콜뢰르)은 "야생의 사고"라는 책에서 흔히 원시인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깊은 이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단어를 "잘 갖춰진 도구(혹은 개념)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재료들을 상황상황에 맞춰 당장 필요한 무언가를 위해 가공하는 이들"이라 인식한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신화'형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이라는 책에서는 신화를, 구체적인 사건과 인간 주변의 것으로 만들어 낸 인류의 존재 가치에 대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거기서 브리콜뢰르를 많이 언급한다) 그러니 관념과 체제보다는 실제 접할 수 있는 당장의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코딩과 문제 해결법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기존의 진리 기반 학문들처럼, 하나의 중요 가치를 우선시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재료들을 모두 끌어오는 일. 명확한 질문의 필요성, 구글링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 어제와 오늘 또 다른 기술들, 어떤 코드들을 응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 등은 다 지금, 구체성에 기반한 것들이 아닌가.

  그러니 나는 지금껏 내가 가져온 암기하면 다 되는 공부, 시험을 위한 공부, 개념에 대한 집착 등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여기까지 글을 쓰다 보니 이제 결론을 내리기에 나조차도 혼란이 오지만, 다시 돌아간다.

  목적을 되새기고, 여기서 오는 공부의 방향을 생각한다.  

 

 1) 쫄지 말자, 이 말을 위해 나는 글을 시작했다.

  -> 큰 일을 하려 하지 말자, 앱이나 웹, 시스템 같은 것을 개발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 일단 당장 내일 강의에서, 기술 관련 블로그에서 오가는 말들이라도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또, 영어를 더 공부해야 함(중요).

 2) 사고 방식을 바꾸자.

  -> 개념에 집착하지 말자. 일단 굴러가는 것, 해보는 것을 우선시하자.

 3)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자.

  -> 나는 블로그나 유튜브의 조언과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법을 중시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러고보면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갈 도리가 없다. 내 조건에 맞춰 다가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자. (그렇다고 코딩 공부나 이런 거 대충하자는 거 아님. 이 안에서 내게 가장 알맞는 직업군, 일하는 방식을 찾아야 함)

 4)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 어쨌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앞으로 내게 무엇이 달라질 지는 모르지만, 오늘 쓴 글을 명확한 목표로 잡지는 말자.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면 곧바로 갈아치울 준비를 하자. 사실 저 코딩에 대한 인상도, 거의 코끼리 코를 만져보고 코끼리를 길쭉한 동물이라 생각하는 일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6. 

  그러니 또 이번 과정을 마치고, 다시 혼자 남게 됐을 때, 코딩 공부의 방향을 고민함2 를 쓰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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