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도 쓴다/나는 책도 본다

인생책, 짧은글(6) 시인을 위하여 1

Algori 2021. 2. 2. 23:47

 

나는 시를 잘 모르나 좋아하는 시는 있다.

외국어로 쓰인 시는 온전히 말의 모든 쓰임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우리말로 쓰인 시를 좋아한다.

시를 찾아 읽을 줄 몰라 다들 알고 좋다 하는 시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그 시들은 정말로, 정말로 좋았다. 

이 세 명의 시인들과 그들이 엮어낸 말들을 따로 말할 바가 없기에 그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모아 적어둔다.

 

윤동주의 시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라마다 국민 시인을 가지고 있다지만, 나는 우리나라 국민 시인이 윤동주라 참 좋다. 외로움과 슬픔, 부끄러움에도 살아가자고 말하던 시를 쓴 시인이 우리 국민 시인이라 좋다. 그가 쓴 단어들은 모두 그 의미를 가장 잘 발하는 듯해서 좋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소와나무


 

쉽게 쓰여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