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ori 2021. 1. 26. 22:00

옛 블로그 끌어오기 3탄 생각(2)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또 시 과제에서 비롯된 상상이다.

  시의 내용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모기

 

굳은 살 하나 없는 손

커다란 시체가 그 위에 누워있다

짜부라진 몸뚱아리

산산조각난 날개

다시는 무엇도 뚫지 못할 주둥이

시체를 적시는 붉은 술

아무도 울지 않을 취한 밤     

 

난 네 죽음에 기대어 잠이 든다

온몸이 불타는 꿈을 꾼다


시는... 

미안해 시야...더 잘 써 주지 못해서...

사진만 봤는데도 무섭다!

 

 

  이 시를 가져온 건 내가 이 시를 썼을 때 살던 집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와 처음으로 친구와 자취를 시작했다. 집은 서울 한남동에 있었다. 한남동 하면 와! 하고들 말했지만 내가 살던 한남동은 재개발지역 산동네였다. 친구와 둘이서 보증금 천에 월세 육십만원 하는 빌라에 살았다.

 

  빌라 꼭대기, 4층에 있던 우리 집은 방은 두 개고 거실이 넓었다. 베란다도 붙어 있고 거기서는 무려 한강이 보였다. 산중턱에 있어 오르는 길이 좀 힘들기는 해도 크게 지치지는 않았다. 4층까지 매일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젊은 우리에게는 문제가 아니다 싶었다. 어제 집을 닦았는데, 오늘 얇은 샷시를 뚫고 침범한 먼지가 바닥에 두껍게 내려앉아도 괜찮았다. 처음에 친구와 나는 우리가 발품을 많이 팔아서 이렇게 좋은 집을 얻었구나, 했다. 어째 우리 자취 생활이 순조롭게 시작하는구나! 하고.

 

  우리는 9월쯤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는데 참 만족스러웠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불러 놀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친구 하나가, 또 좀 더 가까이 걸어서 십분 거리에 친구 둘이 자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취하기도 했고 안 취하기도 했다. 모기에 조금 물렸으나 금방 날이 추워졌다. 날은 춥다가도 괜찮았다. 친구들과 늘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이 집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다시 돌아 여름이 오고 그들이 오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다.

 

  유월 말 처음 모기에 물리던 때만 해도 허허, 이제 여름이 왔구나, 이게 여름의 맛이지, 하고 웃고 말았다.

  하룻밤에 모기를 세네마리씩 잡던 칠월 초만 해도 음, 모기장이 필요하겠군, 허허 하고 말았다.

  팔월에 팔이 울퉁불퉁해서 평평한 곳이 거의 없을 지경에는 마냥 허허, 할 수만은 없었다.

 

  모기는 왜 여름에 올까.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더우면 짜증이 개-난다는걸.

  아니면 우리 피가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걸 선호하는 거다. 요즘에야 음료수는 얼음 든 거, 찬 게 좋다해도 원래 기본적으로 음식은 뜨겁게 먹어야 맛있다. 끓여먹고 익혀먹고 쪄먹고, 피도 불고 살도 습기에 좀 야들야들해져서 뚫기가 쉬울테니까.

 

  모기장을 샀는데 모기들이 어찌나 재빠른지 모기장을 치는 사이에 한 마리는 반드시 들어와 있었다. 형광등 스위치가 문 옆에 있어서 이 모기를 잡기 위해 불을 키려면 모기장을 잠시 걷어야 했다. 그러면 그 사이에 모기가 한 마리 더 들어온다. 두 마리를 잡아야한다. 모기를 잡으면 졸리니 불을 꺼야 한다. 모기장을 잠시 걷으면 다시 모기가 들어온다. 잠에서 깬다. 형광등을 켠다. 두 마리를 잡는다. 다시 불을 끈다… 오.

 

  나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모기보다 느렸다. 그래서 그냥 그 한마리에게 모든 피를 내어주자 하고 잠에 들려고 하면, 이 모기란 놈이, 결국에는 우리를 괴롭히려고 태어난 것인지 피 빠는 것은 관두고 옆에서 앵앵 댄다. 귀 옆에서. 날개 소리가 이잉, 에엥, 에잉 하고 계속 들려왔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모기를 잡는 거도 한 세월이다. 그래서 잠을 못 자니, 학교 가서 잤다. 

 

  옆 방에서 자던 친구는 나보다 부지런하고 집요한 면이 있어서 모기를 계속 잡았다고 한다. 하루에 열 마리씩 잡았단다. 나중에는 고수가 돼서 손뼉만 탁 쳐도 모기가 한 마리씩 죽어나갔을지 모른다. 여름이 끝나 각자 다른 집으로 옮겨갈 무렵에는 흰 벽지가 얼룩덜룩해졌다. 우리의 피와 모기의 몸뚱아리로.

 

  세상 어떤 것이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들 한다. 나비가 꽃들의 번식을 돕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세상은 어찌나 이리도 어려운가, 놀라운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악어와 악어새도, 기생생물도 다 서로 공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모기는 대체 궁리를 하고 알아봐도 도무지 도움이 안 된다.

 

  우리 피를 뽑아다가 가난하고 모자란 곤충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니다. 미련하게 잔뜩 피를 빨아서 뚱뚱해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모기들을 보면 얼마나 화딱지가 나는지 모른다. 결국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서 태어난 거 아닌가.

 

  그러다보니 또다른 생각이 든다. 좀 더 크고 섬뜩하게. 이 친구들의 목적은 인간의 궤멸은 아닐까, 하고. 지금은 전염병이 돌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모기가 전염병을 옮긴다면? 피에서 피로 옮는 병이 있다면? 모기가 딱 주둥이를 꼽기만 하면 곧바로 옮는 병이 있다면? 뇌염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무서운 병이 생긴다면?

 

  모기들이 하루종일 부지런히 엥, 이이엥, 하고 날면서 요기에 주둥이를 꼽고 저기에 꼽고 한 놈마다 대여섯명씩 옮기고 바다를 넘고 산을 넘고 대륙을 넘어서 온 인간에게 병을 퍼뜨린다면. 지금은 겨울이니 안 되고 여름에.

 

  인간의 천적은 인간밖에 없다. 다른 생물체에는 거의 다 대응책을 마련했다. 아예 멸종을 시키거나. 이리도 사람을 괴롭히는 건 모기 말고는 없다. 내게 무서운 건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기 뿐이다. 자동차, 총, 비행기 사고,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것, 귀신, 모두 사람이 만들어 낸 거다. 지구 입장에서는 모기가 사람을 망친다면 이보다 큰 쓸모가 있을 리 없다.

 

  이것이 참 무섭다고, 모기의 쓸모는 어쩌면 거기에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아버지에게 얘기했다. 모기 물린 곳을 긁다가 말이다. 봄 지나고 몇 달 만에 내려가 배웅 나온 아버지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름밤에 마실 맥주와 소주도 꽤 샀다. 시골에 사는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장구벌레에 올챙이들이 환장해. 얘가 수중 색물 중에는 거의 최하위거든. 모두가 좋아하는 먹이야."

 

  아.

 

  다시 생각했다. 쓸모라는 것도 결국 내 마음대로 생각한 거구나.

  그래, 쓸모를 따지는 일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구나.

  나나 모기나 다를 건 또 뭔가.

 

  결론이 깔끔하다. 글을 시작할 때는 분명 모기가 얼마나 싫은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참 앞일은 알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