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딩도 한다/코딩을 생각한다

코딩 공부의 방향을 고민함 2

Algori 2021. 3. 8. 16:32

1. 푸념1

 

 푸념은 기운이 빠지니 안 쓰는 것이 좋다지만, 나는 늘 쓰면서 살았기에 푸념을 또 글로 옮길 수밖에 없다.

 

 어느새 서른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 글을 썼지만 또 놀았고, 나름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으나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내게 남은 것이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갖고자 하는 돈, 경력, 실력, 다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마음은 급하지만 몸은 그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지 싶다.

 

 국비지원프로그램서 만난 프로젝트 팀원들이 나보다 많이 어리고 똑똑해서 하는 이야기다. 흰머리가 많이 나서 혼자 쭈그려 앉아 염색을 하다보니 든 생각이다. AI 인재양성 코스를 들으며 동기부여를 해볼까 싶어 개발자 유튜브, 블로그들을 돌다가 "나는 코딩이 너무 재밌다", "나는 툭하면 밤을 샜다", "나는 집 가면 매일 공부한다", "나는 오늘도 쉬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오히려 꽉 죄인다. 그들의 말은 거의 내 멱살을 쥔다. 어디 가서 이런 말 해봤자 "그러면 너도 밤을 새야지"가 정답일 테다. 나는 늦으면 졸려서 잔다.

 

 아, 나는 적당히가 좋다. 적당하다는 말은 너무 적당해서 좋다. 적당히 미움받지 않도록, 적당히 내가 맡은 일을 하도록, 적당히 계속 곁에 있는 이들과 지낼만큼 그만큼만. 요즘 같은 날들은 적당히가 안 통한다. 적당히는 나쁘다. 그럼 잘 해야 하는데, 잘 하는 것은 어렵다.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참 고민이다. 아마 이런 자세가 내 글에도 배고 자기소개서에도 배고 걸음에도 배고 하다 보면, 나는 참 곤란할 테다. 아마 취업 때 이 블로그를 적어둘테니, 그 시즌이 오면 이 글은 블라인드 처리할지도 모른다.

 

 뭐, 네카라쿠배에서 일하려면, 운이 좋아서 구글이나 우버 같은 곳에서 일하려면, 연봉도 막 1억씩 받고 대기업 들어가려면, 열심히도 하고, 잘도 하고, 그래야 한다. 

 

 그러다 퍼뜩 생각했다. 다시, 방향을 생각하자. 적당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남들한테 목을 매어봤자다.(어차피 잘 모르는 사이라서 목도 못 맨다.) 내가 ~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는 이십대때 다 했다. 이제는 나는 ~는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다.

 

2. 일하는 나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왔다. 맞는 말이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나는 늘 나로써만 있다. 

 

 다만 '일하는 나'는 또 다르다. 대학에서는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소설을 썼다. 대학에서 나와 일을 하자니 '소설을 쓰는 나'와는 또 다른 나를 찾아야했다. 자기소개서 문항을 하나하나 채우다보면 어느새 나와 똑 닮은 나를 하나 더 만드는 기분이다. 

 

 그 문항들 속 '일하고 싶은 나'는 참 많이 만들었다. 우선 소설을 썼다. 모임을 만들고 친구들과 소설을 모아 3년째 작품집을 만들었다. 길러낸 '안목'을 바탕으로 행동을 '기획'하고 팀원들과 '소통'하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기자도 했다. 기사를 썼다. 인턴 기간 '성실'함을 앞세워 IT 분야를 온전히 담당하는 기자가 됐으며 포털, 스타트업 쪽으로도 품을 넓혔다. 신규 프로젝트인 유튜브 TF팀에 '도전'해 기획&구성작가 역할을 맡았다. 내가 들어가고 좀 더 체계적인 영상을 만들며 조회수가 약 3배가량 늘었다. 이건 메인이다.

 

 다음은 곁다리다. 나는 대학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며 음악도 만들었다. 음원 등록된 곡에 작사 2곡, 작곡 1곡, 베이스 연주 1곡으로 참여했다. 잡지학교를 다녔다. 출판학교를 다녔다. 독도경비대를 나왔다. 책방 등 봉사활동을 자주 했다. 청소년 영화를 찍은 경험이 있다. 신화를 오래 공부했다. 여자친구와 9년이 넘도록 연애 중이다. 자취를 오래 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달린다. 오래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토익은 760점이 전부다. 한국사 자격증이 있다. KBS 한국어 자격증은 3+급이다. 보통이다. 포토샵과 프리미어 자격증이 있다. 어중간한 서울 4년제 문예창작학과다. (자격은 볼품없는 편이다.)

 

 듣는 사람이다. 성실한 사람이다. 굳세고 낙천적이다. 선한 영향력을 뻗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글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다.

 

 나는 끊임없이 이런 모습의 나를 회사에 보냈다. 생각보다 반응은 별로였고, 이런 나는 거부당했다.

 

3. 내게 나는

 

 좌절하지 않기 위해 나는 여러 차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와 또 다르다고 자꾸만 되뇌였다.

 

 나는 소설을 썼다. 소설보는 걸 참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책이 옆에 있으면 나는 곧잘 집었다. 집어서 앞표지를 보고 뒷표지를 보고 날개를 열어 작가를 봤다. 머릿말을 읽고 차례를 살피고앞에서부터 읽어내려갔다. 중간중간 골라 읽지 않았고 웬만하면 앉은 자리에서 다 보는 걸 선호했다. 몇가지 이야기는 -이를테면 홍명희 임꺽정,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미하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 카버 대성당,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전에 알지 못했던 희열을 줬다. 이 기쁨은 여전히 나를 지탱한다. 여전히 나는 읽고 쓴다. 모임의 친구들과 소설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소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즐겁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여덟시간도 넘게 소설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고 싶다. 무슨 말도 좋다. 요즘 트렌드를 말해도 좋고 재밌게 본 소설 얘기를 해도 좋다. 위태로운 소설의 앞날에 관해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내가 쓴 이야기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걸 가장 좋아한다. 

 

 나는 기자 일을 했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였다. 회사에 들어가고 두 달 만에 코로나가 터졌다. 나는 주로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보도자료를 기사 형태로 옮기는 일이 주 업무였다. 나는 쉬지 않고 타이핑했다. 맞춤법을 틀리지 않도록, 문장 구조가 깔끔해지도록, 더 많은 정보를 얹어내도록, 노력하고자 했다. 때로는 세상에 선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기도 했다. 쉽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상상력으로 구현한 이야기가 문장들 틈새에 숨어 들어가지 않을까 겁이 났다. 작은 언론이어도 내 글을 천명이, 이천명이, 삼천명이 봤다. 거기서 나는 돈 이야기를 주로 했다. 게임사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그게 얼마나 재밌는지 얘기했다. 다만 나는 그 돈 이야기가 재미없었다.

 

 나는 밴드를 했다. 밴드음악도 소설만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애정이 줄었다. 아마 소설을 제대로 쓰기로 마음 먹은 뒤인 듯 하다. 이제는 듣던 노래만 듣는다. 나는 목적이 있는 공부를 좋아한다. 누군가 큰 얼개를 잡아주면 거기에 세밀함을 더하는 일이 더 편하다. 다만 얼개를 잡는 일에 주로 참여한다. 내가 정말 열성적인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큰 설득력을 가진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돈에 관심이 없다. 재미를 추구한다. 스트레스 받을 때는 침울해진다. 담배를 끊고는 먹는 일에도 재미가 붙었다. 

 

나는 또, 나는 또.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내가 아닌 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일테다. 더군다나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이상에서야.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낙천적이라 포장하지만 비관이 베이스다. 나는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반대로 생각하고, 꼬아서 생각한다.

 

4. 코딩 공부의 방향을 고민함

 

 여기까지가 나다. 나는 많고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대로 머물 수는 없고 그러니 이제 나는 ~할 수 있을텐데, 를 고민할 차례다.

 

 앞부터 말해야겠다. 나는 데이터 수집이 재밌지 싶다. 또 한편으로는 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리하면

1. 데이터 수집의 구조와 얼개 고안.

2. 더 세밀하면서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

3.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관한 쉬운 설명.

 

 k_digital 과정에서는 프로젝트를 다섯 차례 가량 했다. 묘하게 나는 끊임없이 추천 시스템을 만들었다. 위치 기반 도서관 추천, 가사 기반 음악 추천, 영화 추천 구현. 이렇게 세 차례나 추천 시스템을 만들었다. 과정은 추천 시스템에 관한 꼭지는 따로 없지만, 구현에 필요한 파이썬 코드와 정보들-데이터 전처리, 텍스트 벡터화, 유사도 비교- 등을 포함한다. 

 

 추천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적절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영화를 추천하기 위해 우리는 영화의 이름, 장르, 감독, 배우, 평균 별점, 별점 갯수, 포스터, 영화 설명 링크를 필요로 했다. 데이터는 개인 단위 프로젝트에서 구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다. 따라서 우리는 배포 중인 데이터를 받아왔다. 이 데이터에는 예산을 비롯해 더 많은 메타 정보들이 있다. 여기서 고민 1. 이 데이터 구조와 얼개는 누가 고안했을까. 올바른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세밀하게 데이터를 구분한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할까. 

 

 추천은 개인화가 대세다. 개인에게 추천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같은 것을 추천하면 의미가 떨어진다. 회사는 각자의 취향을 알아내야 한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영화 추천 프로젝트에 이상형 월드컵을 포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취향을 받아내는 일은 어렵다. 나는 아직도 내 친한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모두 알지 못한다. 아마 회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데이터일 것이다. 그럼 고민 2. 어떻게 남의 취향을 알아내지?

 

 마지막.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 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말루 성실하게 임했고 아득바득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돕고자 그동안 해왔던 대로 글로 정리했다. 더 쉽게, 더 정확하게, 더 부드럽게 지식을 표현하고자 애썼다. 하다보니 재미있었다. 정보 정리부터 이미지 자료 구성까지 다 나름 흥미로웠다. 남들도 AI는 궁금하지 않을까? AI, AI 하는데 대체 얼마나들 알고 있을까? 현재 지식의 독점과 배포의 문제로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해서 고민 3. 데이터의 수집부터 활용까지. 사람들에게 더 정확하게 알릴 방법은 무엇일까?

 

 내 조건을 대입한다. 

1. 데이터 수집의 구조와 얼개 고안 :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끊임없는 관심을 바탕으로 도메인 지식이 꽤 쌓여 있다.

2. 더 세밀하면서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 : 소설과 신화를 공부하며 인간 행동에 관해 오래 고민했다. 

3.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관한 쉬운 설명 : 나는 이해가 빠르다. 기자 일 하며 빠른 지식 정리와 전달 능력도 늘었다.

 

 공부 방향도 설정한다.

1. 데이터 수집의 구조와 얼개 고안 : DB 구조에 대한 공부가 필요. SQL과 정보처리기사를 우선적으로 고민해보자.

2. 더 세밀하면서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 : 마케팅, 소비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3.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에 관한 쉬운 설명 : 이미지 자료 작성, PPT 만들기 등 시각적 이미지 활용에도 더 큰 능력치가 필요.

 공통 : 구글 애널리틱스, 태블로 등 마케팅 데이터 툴 공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직업군.

 주요 직군 :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데이터 애널리스트

 -사실 데이터를 활용하며 스토리텔링 능력치가 필요한 일이라면 다 지원할 수 있겠다.

 

5. 푸념 2

 

 요즈음은 글이 자꾸 갈피를 잃는다.

 

 이 글만 해도 그렇다. 푸념으로 시작해서 내 정체성 찾기로 가다가 어느새 마지막에는 직업군을 정리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말과 생각을 모두 하나로 아우를만한 여유가 몸에서 나오지 않는 느낌이다. 갈팡질팡하다 갈 길을 정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쓰면서 떨어낸다. 집에 앉아 있으면 조금씩, 조금씩, 새어 나오는 우울과 좌절과 슬픔과 괴로움 따위를 덜어낸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마음 먹는다. 적고 실제로 조금씩 해나간다. 그러기로 한다.

 

 그런 의미로 이 정리 안 된 글도 올린다. 내일부터는 차례차례 멋쟁이사자처럼 k-digital 후기, 추천 프로젝트 3개, 추천 시스템 공부&정리글, 머신러닝&딥러닝 복습&정리글을 포스팅하고자 한다. 포트폴리오도 마련되는대로 조금씩 올려보면 좋겠다. 지원도 하고. 

 

 사실 이제는 코딩한다, 말하기도 애매하고 코딩 공부의 방향을 고민함, 이라 제목 붙이기도 민망하지만, 또 새로이 해나간다.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기로 한다.